“발달장애인이 직업인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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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이 직업인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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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세움보호작업장 한민욱 사무국장


밀알복지재단은 전국 9개 지부 60여개 사업장에서 전문사회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중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강남세움센터’는 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지원하는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을 한 건물에서 연계 운영을 하고 있는데요. 장애인의 자립과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발판이 되어주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남세움보호작업장은 경쟁 고용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직업적응 및 사회적응 훈련, 제과제빵, 비누 등 직무훈련을 통해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으로만 비춰지는 것을 넘어 사회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첫 발걸음을 함께합니다.

‘장애인 고용시장에 대한 인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발달장애인 고용훈련과 이 과정을 총괄하는 강남세움보호작업장 한민욱 사무국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강남세움보호작업장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민욱입니다. 과거에는 근로사업장인 굿윌스토어와 24시간 운영되는 단기보호센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강남세움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분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Q. 제가 이전에 봉사활동 때문에 강남세움보호작업장 방문을 한 번 했었는데요, 그때 건물이 되게 크다고 느꼈었거든요. 강남세움보호작업장의 구조를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A. 보통 건물을 생각하면 네모나게 생긴 게 일반적인데요. 저희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ㄷ’ 모양으로 생겼고 가운데에 중앙 정원이 있습니다. 총 건물 높이는 지하 1층을 포함한 7층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요. 6층과 5층은 장애인복지관, 4층은 장애인평생교육센터 그리고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3층은 직업훈련센터, 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 장애인정보화교육장이 위치하여 있습니다.

1층에는 강남세움근로사업장 굿윌스토어가 있는데, 물건을 내리기 위한 창고 작업을 3층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층은 보호작업장, 주간보호센터, 단기보호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1층은 아까 말씀드린 굿윌스토어 판매장, 그리고 카페와 장애인분들이 이용하실 수 있는 식당이 위치하여 있습니다. 주차장은 지하 1층까지 되어 있습니다.

Q. 강남세움센터를 증축하는 과정에서 건물을 닫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건물을 닫을 수 없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A. 원래 강남세움센터는 2층 건물이었는데요. 장애인분들이 일할 곳이나 서비스, 보호,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증축 공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당시 이용하시던 장애인분들이 100여 분 정도 계셨는데, 공사기간 동안 타 기관으로 수용되어야 했지만 100여 명 정도를 수용할 만한 시설이 서울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시설의 부재로 인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에 보호자와 당사자 간의 간담회를 거쳤고, 다른 시설로 이동이 어렵다는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보호자분들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하기를 원했고, 표현이 가능하신 당사자분들도 동의하셨어요. 그래서 공사기간 중에도 문을 닫지 않고 시설 운영을 계속하였고요. 어려움과 난관이 존재하는 상황이었지만 증축 공사는 다행히 아무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강남세움보호작업장 2층 실내 모습. ©밀알복지재단
Q. 보호작업장과 직업훈련센터가 같이 위치해 있는데, 두 기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강남세움직업훈련센터는 이름 그대로 직업훈련을 받는 곳이다 보니까 당사자분이 이용료를 내야되는 구조이고요. 강남세움보호작업장은 작업을 하는 곳이라서 작업에 대한 대가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또 보호작업장 같은 경우는 훈련생과 근로인,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훈련생인 경우는 훈련 수당이 지급되고, 근로인인 경우는 4대 보험이 가입되어 급여의 형태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주 이용대상에 있어서 두 곳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두 기관의 이용 대상 선정 방식과 절차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A.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와 보호작업장의 이용대상 선정과 절차는 각 기관마다, 또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는 취업을 희망하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의 훈련 필요성과 적합성을 평가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에 반해 보호작업장은 근로능력은 있으나 일반 노동시장, 경쟁 고용 쪽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이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장애인의 작업 능력과 안정성을 평가해서 선정하게 됩니다.

Q. 이전에 봉사활동으로 방문하였을 때 화훼 작업을 도왔습니다. 화훼 외에도 다양한 사업이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사업들이 있고, 그 사업들을 통해서 어떻게 수익이 발생 되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 작업장엔 장애인분들이 함께하는 베이커리에서 제과제빵 사업이 있고요. 그다음에 세안 비누를 제조하는 비누 작업장이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화훼 작업장이 있습니다. 또 화훼 작업장 안에 임가공이라고 해서 단순한 조립, 포장 등의 업무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익 창출은 장애인분들이 함께 일을 하면서 만들어진 제품들을 판매하고, 그 판매한 수익금을 통해 장애인분들의 급여와 훈련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밀알베이커리 제과제빵 작업 현장. ©밀알복지재단
Q. 그렇다면 강남세움센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나 비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강남세움센터는 보시는 바와 같이 다양한 장애인분들이 한 곳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들이 한 건물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 이용하실 수 있는 서비스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이나 그리고 생활할 수 있는 거주시설이 한 건물 안에 다 위치하여 있어서 지역사회 내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과 자기 결정권을 증진시키고 평범한 생활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의 개개인의 욕구와 가능성을 중심으로 맞춤형 개별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당사자분들이 보편적인 시민으로서 삶의 질을 높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애인분들이 사회에 기여한다기 보다 세금을 통해서 서비스를 받는 쪽이 많다고 생각하실 거 같은데요. 강남세움센터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실한 납세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Q. 그렇다면 국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장애인 취업 근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으실까요?

A. 발달장애인의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해서 맞춤형 직무 배치를 하는 것이고, 그 직무에 따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각 개인의 흥미, 강점, 지원 필요성 등을 파악해서 적합한 직업을 찾는 것이 성공적인 취업과 취업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Q. 센터를 운영하시면서 장애인 근로자분들을 마주하시잖아요.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으실 것 같은데 혹시 그중에 몇 가지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이 질문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딱 떠올랐던 게 제가 단기보호센터에서 근무할 때 한 10년 가까이 같이 거주하셨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게 됐는데 오랫동안 함께했던 날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지막 날 졸업식이라고 해서 단기보호 졸업식을 열어드렸어요.

회식처럼 다 같이 파티도 하고, 케이크에 초를 꽂아서 불고, 졸업장도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마지막에 언어 표현을 거의 안하시던 그분이 ‘뭐 하시고 싶은 얘기 있어요?’ 여쭤봤더니 갑자기 손으로 가슴을 이렇게 치면서 ‘아파요, 아파요’ 그러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정말 신체적인 아픔인 줄 알고 어디가 아프시냐면서 확인을 했었거든요. 근데도 계속 아프다고 그러셔서 ‘아, 이게 몸이 아프다는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구나’.

저희 졸업식을 하시면서 본인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야되는 것을 다 인지하고 계셨던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에는 마음이 아프다라는 것을 이렇게 몸짓과 언어로써 표현했을 때 굉장히 가슴이 아팠고 힘들게 보내드린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굿윌스토어에 근무할 때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이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셨더라고요. 졸업장을 고등학교만 갖고 있어서 이분들에게 대학 졸업장 같은 걸 드리고 싶다, 명예 졸업장이라도 드렸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하고 연결이 되어서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날 (졸업장을) 희망하시는 장애인 근로자 30명 정도를 성균관대학교에 모시고 갔어요.

강의실에서 공연도 하고, 마지막에는 총학생회 직인이 찍힌 성균관대학교 명예 졸업장을 다 드리고, 부모님들도 오셔서 축하해 주고. 저희가 학교 잠바 있잖아요, 야구잠바 같은 것도 입고 사진 촬영도 하고, 그 안에서 학식도 먹고 이렇게 하루를 보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가끔 전에 근무했던 굿윌스토어에 가면 그때 근무했던 장애인분들이 그 얘기를 지금도 해요. 지금 벌써 7~8년이 지났는데 그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 일이 되게 의미 있는 일이었구나’라고 느꼈어요. 항상 제가 하고자 하는 일 중에 많은 것들이 고정관념을 좀 깨야 된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제 생각대로 하다 보면 그 틀 안에 장애인분들이 갇힐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계속 열어야 된다고 계속 생각을 합니다.

뭔가를 기획할 때도 제 생각대로 하지 않고 그분들의 입장에서 계속 고민을 하게 되고, 자원봉사 교육이도 단순히 교육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하면 이분들이 발달장애인분들을 경험해 볼 수 있을까라고 고민을 해서 컵 쌓기 프로그램을 하거든요. 그걸 하고 나면 왜 장애인 개별 서비스가 필요하고, 왜 그들의 자기 결정권이 필요한지 그리고 직업훈련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를 좀 간접적으로라도 잠깐 체험할 수 있거든요.

Q. 사무국장님께서 근무하시면서 장애인 고용이나 제도에 대해서 생각이 많으실 것 같은데, 혹시 느끼신 점이나 좀 생각하신 게 있으신지요?

A. 발달장애인 고용이나 제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개선되고 있어요.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정책이나 제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회 인식인 것 같아요.

방금 전 성실한 납세자라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정말 성실한 납세자로서, 사회의 구성원 역할을 감당하고 사회가 그분들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려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장애인들이 꼭 보호작업장이나 근로사업장에서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에서 사회 곳곳에서 건강한 납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게 되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A. 인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장애인을 도와주고 배려했을 때 사회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였을 때 차별과 편견 그리고 그 시선들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거에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비장애인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장을 고르는 일,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는 일이 장애인에게도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는 여전히, 그리고 꾸준하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실태조사를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등록 발달장애인은 약 25.2만 명입니다. 그중 33.4%가 미래에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발달장애인 가족 중 34.9%는 보호자 사후에 대한 막막함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뽑았습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거리는 ‘자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비장애인에게도 평생의 숙제인, 어쩌면 장애인에게는 더욱 어려울 ‘자립’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복지관과 작업장의 지원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일 것입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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